숲노래 넉줄글

2019.7.10.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오늘까지 살아내면서 만난

풀벌레 푸나무 벌나비

여기에 사람들 숨결이 흐르지


잇몸이 부어 못 씹는다면

며칠 굶어 볼까

생각보다 배도 안 고프고

몸이 매우 홀가분해지더라


손끝에서 손끝으로 잇는

손바닥에서 손바닥으로 넘어오는

포근하게 감겨드는

목소리는 한 줄기 바람


예전에는 등짐 무겁고 다리 아파도

억지 쓰며 끝까지 걸었는데

요새는

다리쉼도 하고 택시도 부르지


우리가 읽는 책은

우리를 기다리던 책

우리가 쓰는 글은

우리를 지켜보는 사랑


아이가 손에 붓을 쥐면

어느새 온누리가 고요해지면서

이 아이가 짓는

새로운 꿈을 같이 들여다봐요


알을 깨고 나온 새끼는

어미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찾다가

날개에 힘이 돋는 때가 되면

함께 벗님 되어 숲을 날아다녀


스스로 노래를 짓지

손수 살림을 가꾸지

스스럼없이 하루를 누리지

사랑스레 서로 만나지


마음을 곧게 기울일 줄 안다면

덜컹덜컹 버스에서도 아늑히 글쓰고

출렁출렁 뱃전에서도 느긋이 책읽고

고요히 눈감고서 싱긋 웃어


네가 아무리 흔들더라도

때로는 밟거나 밀치더라도 베더라도

풀은 죽는 일이 없지

게다가 씩씩히 씨앗을 남겨


아주 작은 짓을 저질러도

고개 숙일 수 있는 몸짓이면

넌 언제나

멋진 아름찬 상냥한 하늘님이야


네가 사랑을 쓰니

너는 사랑을 읽는구나

내가 노래를 쓰니

나는 노래를 부르고


++

++


오늘이 <우리말 글쓰기 사전> 텀블벅을 마무리짓는 날입니다. 얼추 서른 날을 잘 달려왔구나 싶습니다. 이제부터 다같이 매우 바쁜 하루로 싱싱 달릴 7월 한 달이겠네 싶어요. 즐겁게 함께해요. 고맙습니다 ^^


https://tumblbug.com/writing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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