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넉줄글

2019.7.8.


손글씨로 적은 넉줄글을

차곡차곡 옮겨놓는다.

이제 내 손을 떠나보낼 때를

맞이한 넉줄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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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널 놓치는 일 없어

눈을 감고서 다가가도

우리는 마음으로 고이 이어져

같이 이곳에 있는걸


나무가 즐기는 밥이라면

빗물 바람 해 흙

여기에

우리가 나누는 즐거운 말


바람을 마시니

온누리 고루 돌고서 찾아온

이 바람을 들이마시니

문득 하늘을 나네


달아나도 좋아

숨어도 좋지

멀리해도 좋고

넌 언제나 너 그대로 좋으니


넌 어떤 눈으로 보니?

즐거운 눈?

속깊은 눈?

함께 놀면서 꿈꾸려는 눈?


가까이하고 싶다면

느긋이 기다리면서 지켜보고

가만히 손잡으면서 아끼고

두고두고 마음으로 사랑하자


버스가 흔들리면

흔들흔들 같이 춤추면서

길을 거닐 적에는

사뿐사뿐 걸음 옮기며 이 글을 쓰지


오늘 아침에 있지

마당을 쩌렁쩌렁 울리는

멧새노래를 들었어

우리 마당에 우람나무 있거든


언제라도 넉넉히 나눌 수 있어

네 몫을 기꺼이 너한테 주고

네가 주는 몫을

나도 스스럼없이 받으며 노래해


날마다 숨을 쉬면서

숨쉬기가 질린 적 있니?

사랑이란

바로 이 숨쉬는 기쁨이네


아플 적에 얼마나 아픈 줄 알지?

네가 참 아프잖니

네가 아는 그 마음으로

씨앗 한 톨 심고서 두 손 모으자


아이가 묻더라

아버지는 글씨 참 잘 쓴다고

상냥히 웃으며 대꾸했어

곱게 쓰자 노래하며 날마다 꿈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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