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6.30.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안상학 글, 실천문학사, 2014.7.3.



비가 퍼부은 어제 울타리 한켠이 무너졌다. 여러 해 잘 버티던 울타리가 무너진 까닭이 있겠지. 해질녘에 울타리를 척척 되쌓으면서 며칠 뒤에 스스로 허물고 새로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너진 울돌이 옆밭으로 넘어갔으니, 아무튼 돌을 먼저 치울 노릇이라 느꼈다. 신나게 울돌을 쌓고서 진흙을 씻어내는데 어쩐지 손발이 한결 매끈하네. 어째 이리 매끈해지지? 빗물하고 진흙이란 우리 몸을 씻는 몫을 해주나? 일을 마치고 물로 몸을 헹구고서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를 찬찬히 읽는다. 시쓴님은 술잔 기울이는 이야기를 시에 꽤 담는다. 아마 술자리에서 시가 자주 떠오르고, 술자리에서 새로운 생각이 몽실몽실 올라왔구나 싶다. 우리는 저마다 우리가 발을 디딘 이곳에서 이야기를 짓고 하루를 가꾼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서 기쁜 꿈을 펴면서 맑게 웃음을 짓는다. 유월이 기운다. 칠월이 다가온다. 유월 한 달은 낮에는 뜨끈뜨끈하더라도 밤에는 시원시원했다. 이런 멋스러운 첫여름이라니 얼마나 고마운가 싶다. 이 알뜰한 여름이 한복판으로 접어들면, 우리 살림자리는 어떻게 피어나려나. 물 한 모금을 머금는다. 물 한 모금을 한참 머금고서 눈을 감는다. 이 물이 흘러흘러 예까지 온 길을 헤아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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