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공광규 시, 주리 그림 / 바우솔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94


《흰눈》

 공광규 글

 주리 그림

 바우솔

 2016.5.9.



  어릴 적에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아니, 모두 몰랐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다 몰랐고, 손에 잡히거나 혀에 닿는 것도 몽땅 낯설었어요. 그렇지만 하나씩 지켜보면서 차츰 배웁니다. 하나씩 쥐거나 잡거나 대어 보면서, 혀에 얹거나 냠냠 씹거나 꿀꺽 삼켜 보면서 시나브로 배우지요. 이렇게 배우는 것 가운데 하나는 늘 알쏭했어요. 책이든 걸상이든 해가 잘 드는 곳에 놓으면 어느새 빛이 바래요. 하얗게 바뀌어요. 이와 달리 사람은, 우리 몸은, 해가 잘 드는 곳에 있으면 어느덧 까무잡잡해요. 알맞게 탑니다. 동시에 그림을 얹은 《흰눈》을 펴면서 어릴 적 궁금한 이야기가 문득 떠오릅니다. 이제는 이 수수께끼를 풀 만큼 살아왔으니 대수롭지 않은 ‘해·빛·종이·사람·살갗’ 얼거리일 수 있지만, 오늘 어린이로 살아가는 이웃한테는 모두 궁금하면서 수수께끼일 테지요. 바닷속에서 바닷물을 머금으면서 살아가는 조개는 저마다 다른 무늬랑 빛깔로 싱그럽습니다. 속에 든 숨결이 사라져 바닷가 모래밭에서 뒹구는 조개껍데기가 되면 나날이 하얗게 됩니다. 빛이 바랩니다. 그런데 빛바랜, 하얗게 된, 이 조개껍데기는 꼭 흰눈 같아요. 여름날 눈빛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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