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6.27.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

 최경순 글, 문학의전당, 2017.2.20.



마을 어르신들이 면소재지로 가서 모둠밥을 먹기로 한다. 작은아이가 같이 가고 싶다고 한다. 우리 집에서는 고기를 구워먹지 않는다. 어쩌다가 삶은고기나 찜고기를 먹을 뿐이다. 아마 어릴 적부터 느꼈지 싶은데, 나는 구운고기가 맛있은 적이 없다. 딱히 맛으로 뭘 먹은 적은 없되, 풀잔치라면 반가이 누린다. 구름이 걷히는 하늘을 본 작은아이는 바다를 노래한다. 그러면 바다에 가자. 바람을 타고 엄청나게 밀려드는 물결을 맞으며 놀고서 시집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를 해바라기하면서 읽는다. 해바라기를 하면 어떤 책이든 따뜻하게 감긴다. 바람을 쐬면 어느 글이든 상큼하게 스민다. 빗소리를 들으면 어느 이야기이든 녹아든다. 맨발로 풀밭에 서면 어느 삶이든 새롭게 보인다. 오늘은 어느 생각으로 아침을 맞이하면서 이 낮에 이르렀을까. 저 물결은 그저 일렁일렁하기만 해도 아이들이 웃음꽃으로 이끈다. 입에서 터져나오는 말 한 마디로도 다같이 노래할 수 있는 길은 어디일까. 손에서 흘러나오는 기운 한 자락으로도 서로 어깨동무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닷가 바위에 드러눕는다. 울퉁불퉁한 결에 맞추어 누우니 재미지다. 가만히 바위하고 하나가 되니, 바위가 두웅실두웅실 춤을 춘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