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이야기
박건웅 지음 / 우리나비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시렁 205


《제시 이야기》

 양우조·최선화 글

 박건웅 그림

 우리나비

 2016.10.31.



  오늘 할머니 자리에 선 목소리로 아이한테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가 듣는 이야기는 어머니가 어릴 적 삶이요, 어머니가 갓 태어나서 무럭무럭 자라던 살림입니다. 어머니도 할머니한테는 아이입니다. 할머니도 먼 앞날에는 어느 어머니 곁에서 아이였을 테지요. 아이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나 아버지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됩니다. 새로 아이가 태어나 이 땅을 디디고 뛰어놀며, 새로운 아이는 새로운 터전을 가꿉니다. 《제시 이야기》는 일제강점기에 중국 임시정부 한켠에서 태어나 자라던 ‘제시’라는 아이가 지켜보았을 삶을 제시네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같이 적바림해 놓은 일기를 바탕으로 엮은 만화입니다. 두 어버이는 ‘독립운동 기록’이라기보다 ‘아이를 돌본 나날’을 적었고, 아이를 돌본 나날이라기보다 ‘아이하고 살아남은 나날’이요, 아이가 씩씩하게 커서 어른이 되기까지 ‘무엇을 지키거나 돌보는 길’일 적에 스스로 즐겁고 함께 아름다울까 하는 대목을 그린 노래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죽 읽다가, ‘제시 동생’으로 딸이 태어났을 적에 서운해 했다는 둘레 어른들 모습이라니, 독립운동은 사내만 하는 일인가 싶어 새삼스레 적잖이 쓸쓸했습니다. ‘너나’를 안 가리던 일이었을 텐데. ㅅㄴㄹ



‘우리는 어느 순간 폭탄의 희생물이 될지 알 수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매일매일 생명을 내어놓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오직 제시만이 아무런 이상 없이 잘 자라며 놀고 있었다.’ (98∼99쪽)


‘막막한 앞날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고 잠시나마 설레는 마음으로 기뻐들 하고 계셨던 것이다. 하지만 딸이 태어났다고 전하자 그만큼 실망이 크셨다. 그 모든 분들과 더욱이 나에게 미안했다고 후에 제시 엄마는 이야기했다.’ (248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