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온 최측의농간 시집선 6
사윤수 지음 / 최측의농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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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87


《파온》

 사윤수

 최측의농간

 2019.1.24.



  글을 적어 놓기에 나중에 되새깁니다. 아니, 글을 적어 놓지 않더라도 마음에 제대로 새겼으면 언제라도 또렷이 돌아봅니다. 글을 빚은 뒤로 숱한 이야기를 옮겨적어서 누구라도 들여다보도록 해놓았다면, 글을 빚는 바람에 숱한 이야기를 마음에 차곡차곡 새겨서 노래를 부르며 물려주던 살림하고 멀어지기도 합니다. 《파온》에 적힌 글을 읽습니다. 온누리를 떠돌던 숱한 이야기를 하나둘 갈무리한 살림자국을 읽습니다. 작은 꾸러미에 깃든 노래는 지난날에 누구나 입으로 흥얼거리던 삶이요, 저마다 노래로 주고받던 살림이며, 서로서로 춤이랑 잔치로 피워올리던 사랑이었지 싶어요. 오늘 우리는 시인이란 이름을 얻기도 하고, 소설가란 이름을 쓰기도 합니다. 글쓴이나 책쓴이가 있고, 글읽기나 책읽기를 합니다. 여기에서 살짝 생각한다면, 지난날에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삶을 지으면서 말을 지었어요. 누구나 손수 살림을 가꾸면서 노래를 가꾸었어요. 저마다 사랑을 스스로 길어올리면서 이야기도 새삼스레 길어올렸습니다. 평화박물관을 찾아가던 노래님 걸음걸이를 떠올립니다. 배롱나무가 철 따라 거듭나는 몸빛을 헤아립니다. 서울버스도 시골버스도 똑같이 달리는 길을 그립니다. 논 둠벙 못마다 개구리가 우렁차게 노래하는 여름입니다. ㅅㄴ



꽃을 벗은 배롱나무 / 한 그루 하얀 불꽃이네 (배롱나무/13쪽)


서울에 있는 평화박물관 / 조계사 근처에 있다던데 찾지 못하겠네 / 행인들에게 여러 번 물었으나 / 모른다, 들어본 적 없다 하네 / 내가 평화! 라고 속삭이면 암호를 주고받듯 / 박물관! 하며 서울 사람들은 다 알 줄 알았는데 (평화박물관/38쪽)


천 원만 내면 누구에게나 평등한 온기 / 벌벌 움츠렸던 몸 나른하게 녹여준다 (겨울시내버스/10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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