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6.11.


《프루스트의 독서》

 마르셀 프루스트 글/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2018.1.5.



문득 돌아보니, 나는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부터 버스에서 책을 읽었다. 그때에는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읽었다. 눈을 떠서 움직이는 모든 때에 1초라도 그냥 보내려 하지 않았다. 책읽기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했을까? 아무래도 아니라고 여긴다. 인천이란 곳에서 여기도 공장 저기도 큰짐차라, 매우 시끄럽고 어지럽고 매캐했다. 이 모든 것을 쳐다보기 싫어서 책을 들여다보았고, 입시지옥 빼고는 없는 학교에서 교과서에 갇히기 싫어서 책을 바라보았다. 《프루스트의 독서》를 읽으며 푸르스트란 분이 새삼스레 마음에 든다. 옮김말은 썩 마음에 안 들지만, 한국말로 나온 프랑스 이웃사람 숨결에 흐르는 빛이란 무엇이던가 하고 곰곰이 헤아린다. 새로운 길을 가려고 읽는다. 새로운 길에서 헤매거나 넘어지다가 읽는다. 새로운 길에서 부딪히는 낯선 이야기를 재미나게 맞아들이면서 읽는다. 추천도서도 명작도서도 아닌 책을, 수수한 살림에서 피어나는 사랑스러운 손길을 읽는다. 아침에 아침햇살을 읽고, 낮에 낮볕살을 읽는다. 빨래가 잘 마른다. 뒤집어 준다. 아이들은 반죽을 해서 빵을 굽고, 나는 오디를 주워서 잼을 졸인다. 한 조각만 먹어도 배가 부른데, 곁님이 한 조각을 더 썰어 주어 오늘은 이제 그만 먹어도 푸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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