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손글씨
2019.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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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으로 <우리말 글쓰기 사전>을 올렸습니다.
텀블벅에서 미리장만 하시는 분들한테는
손글씨 넉줄시를 하나씩 드려요.
지난달부터 틈틈이 썼고,
어제도 고흥읍에 다녀오는 길에
시골버스에서 흔들흔들 춤추는 결에도
되도록 반듯반듯 쓰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좀 흘림글씨인데 ^^;;;;
... 다음 주소로 가면 미리장만 할 수 있어요 ...
https://tumblbug.com/writing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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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아파트가 아닌
햇볕을 같이 쬐면서
이야기가 흐르는 삶터로
마을이 살아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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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이든 마음이든 다 좋다
부드럽든 거칠든 다 된다
스스로 사랑을 담아서 한다면
언제나 새롭게 노래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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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멧시골에서 살면
멀다고 하며 안 찾아오니 조용하다
이토록 조용하고 홀가분하니
마음속을 곰곰이 헤아리며 무엇이든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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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작더라도 나무는 나무
아무리 조그마해도 목숨은 목숨
아무리 짧아도 글은 글
가까이 다가가서 포근히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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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사람이 말을 어렵게 하고
제대로 모르니까 글을 꼬아서 쓰고
배울 마음이 없어 말이 자꾸 어렵고
넉넉히 배우니 이야기가 싱그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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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나를 바라보는 틈을
차츰차츰 늘린다면
내가 늘 나를 사랑하는 길을 찾고
너한테 사랑으로 다가서는 살림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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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에 담는 말이란
씨앗 한 톨에 담는 손길
한 줄에 싣는 글이란
노래 한 자락에 싣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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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먹고 싶을 적에는
눈을 감고서 ‘해를 품은 바람’을
‘빗물을 안은 풀내음’을
듬뿍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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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쓰는 이 글은
어제까지 살아낸 슬기
오늘부터 지을 살림
앞으로 사랑하려는 새로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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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저물고 여름이 온 날
뽕나무는 톡톡
새까만 오디를 베풀어
두 손을 검붉게 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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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나무한테 안겨
노래하며 춤추는 숨결이면서
나무가 우리 품에 깃들어
노래를 들려주어 이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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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줄 아는 마음이기에
책이라고 하는 나무에 숨은
햇볕에 빗물에 바람에
멧골노래를 두루 읽습니다
(숲노래/최종규 . 손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