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6.4.


《할머니 어디 있어요?》

 안은영 글·그림, 천개의바람, 2019.4.17.



처마 밑 둥지를 말끔히 손질한 제비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바지런히 들락거린다. 쉴새없이 날고, 노래하고, 움직인다. 새벽에 깨어나서 저녁에 이르기까지 제비가 살짝이라도 쉬는 모습을 본 일이 없다. 곰곰이 따지면 참새도 박새도 딱새도 그러지 않을까. 온누리 모든 새는 저녁이 되어 잠들고 나서 새벽에 이르기까지 푹 꿈나라로 날아가고, 날이 밝으면 날이 저물 때까지 힘차게 돌아다니지 싶다. 《할머니 어디 있어요?》는 언뜻 별자리를 읽는 그림책인가 싶더니, 씨앗하고 텃밭을 말하는 그림책인가 싶다가, 뜨개질이며 책읽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인가 싶다가,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으로 만나면서 반갑고 상냥한 할머니를 떠올리는 그림책이로구나 싶다. 아이에서 어머니를 거쳐 할머니로, 또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아이로 돌아간다. 아이는 아버지를 지나 할아버지로, 다시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아이로 흐른다. 우리 마음에는 모든 모습이 같이 있으리라. 가시내하고 사내를 가르는 겉몸을 넘어서면, 모든 몸을 안으면서 돌보는 숨을 읽을 만하겠지. 왜 오늘 이곳에서 태어나 살아가는가? 왜 오늘 우리 곁에서 누가 떠날까? 우리는 언제쯤 조용히 이 터를 떠나면서 어떤 별이, 꽃이, 씨앗이, 이야기가, 노래가, 사랑이 될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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