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지문 펄북스 시선 3
조문환 지음 / 펄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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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88


《바람의 지문》

 조문환

 펄북스

 2016.12.22.



  사다리를 받치고 뽕나무 곁에 섭니다. 먼저 풀밭에 두 발을 디디고서 손이 닿는 나뭇가지에서 오디를 훑습니다. 잘 익은 오디는 손가락을 살짝 대기만 해도 토옥 소리를 내며 손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옛날에는 장대로 뽕나무를 살살 털어서 오디가 후두둑 떨어지게 했다는데, 그 말을 알겠습니다. 익은 오디는 쉽게 떨어지고 덜 익은 오이는 안 떨어지거든요. 사다리를 타고 올라서서 톡톡 오디를 훑으면 땅바닥하고 다른 바람이 훅훅 끼칩니다. 이러면서 뽕나무 말소리를 들어요. 너희가 올해에는 우리를 눈여겨보아서 이렇게 오디를 잔뜩 내놓는다고, 실컷 누리라고 하는 말을. 《바람의 지문》에 흐르는 노랫소리는 시쓴이가 바람을 맞으면서 들은 이야기일 테고, 하루하루 살아낸 나날이 가만히 되짚으니 바람인 듯싶다고 느낀 이야기로구나 싶습니다. ‘손그림(지문)’은 손이 있어야 생깁니다. 바람한테도 손이 있을까요? 아마 바람은 따로 손이 있지는 않되,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껏 손을 쭉쭉 내밀 수 있지 싶어요. 바람은 온몸이 손이면서, 손이 온몸이라 할까요. 바람은 손이 없으면서 있다고 할까요. 예부터 “바람이 어루만진다”라든지 “바람이 쓰다듬는다” 같은 말을 쓴 사람들 마음을 읽어 봅니다. ㅅㄴㄹ



봄이가 짖는다 / 바람 보고 짖는다 / 나는 새 보고 짖는다 / 비행기 보고 짖는다 (봄이/13쪽)


육학년 가을 소풍 가는 날 / 백 원짜리 지폐가 위대하게 여겨지던 시절에 / 아버지는 돈 백 원을 주셨다 // 어떻게 그 돈 만드셨는지 알았기에 / 소풍 따라나선 보따리장수들 기웃만 거리다 / 내 그림자 손잡고 돌아왔다 (백 원/4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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