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5.30.
《서커스의 딸 올가 1》
야마모토 룬룬 글·그림/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8.9.30.
저녁에 얼갈이겉절이를 했다. 겉절이는 손이 덜 간다. 더구나 찹쌀풀을 안 쑤고 양념하고 간을 알맞게 해서 살짝 절여서 바로 밥상에 올리니, 이 얼마나 수월한가. 모름지기 옛날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겉절이를 먹고, 가을이 깊고 겨울을 나는 동안 속절임, 곧 김치를 먹었겠지. 그러고 보니 따뜻한 철에는 겉만 절임이요, 추운 철에는 속까지 절임이니, ‘김치’란 말이 1400년대 무렵에 생겼다 하더라도 더 일찍부터 ‘절이다·절임’이란 말을 썼겠네 싶다. 《서커스의 딸 올가》 첫걸음을 읽고서, 왜 처음부터 두걸음을 함께 장만하지 않았나 하고 돌아봤다. 그러나 살림돈이 퍽 모자라 첫걸음도 뒤늦게 장만했는걸. 한국이나 일본에서나 퍽 드문 결하고 줄거리로 다루는 만화라고 느낀다. 다만 이 결을 두걸음에서 얼마나 잘 이끌려나. 껴안지 않되 등지지 않는 사람들, 따뜻하지 않지만 차갑지 않은 사람들, 여러 사람이 어우러지는 길목에 꿋꿋이 서려는 ‘서커스 딸’이 있단다. ‘서커스’란 말을 헤아리니 한자로는 ‘곡마단’이라는데, 어째 두 말 모두 맞갖지 않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보았다. 멋지게 펼치는 솜씨를 보여주는 판을 무리를 지어서 펴는 이들, ‘꽃솜씨판’이라고, ‘멋재주판’이라고, 보드랍고 고운 이름을 붙이고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