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5.20.
《손가락이 아파요》
베네디뜨 게띠에 글·그림/u&i 이주연 옮김, KIZDOM, 2003.9.10.
다치면 아프다. 다친 곳에 마음을 쓰면서 다른 데에 기울이는 마음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곳이 다쳤으면 다친 대로 느긋하게 쉬는 길이 나을 만하다. 다친 곳에만 오롯이 마음을 쓰면서 가만히 쉬기에 몸도 마음도 새롭게 태어날 만하지 싶다. 앓아누울 적에도 그렇다. 앓아누우면서 끙끙 소리가 나니 고되거나 괴롭다 할 만한데, 어쩌면 아프거나 앓기 때문에 아프거나 앓던 곳에 새로운 숨이 흐르면서 한결 튼튼하게 거듭나는 셈은 아닐까. 《손가락이 아파요》는 참으로 사랑스럽다. 이 그림책을 빚은 분이 선보인 다른 그림책도 무척 따스하면서 애틋하게 읽었다. 안타깝다면, 이 《손가락이 아파요》는 판이 끊어졌네. 그럴 수도 있겠지. 한국말로 나온 지 열다섯 해도 지났는걸. 사람이라는 눈길이 아닌, 다친 손가락이라는 눈길로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싱그럽다. 손가락이 일을 안 하겠다면서 놀고, 실컷 놀고 난 뒤에는 새삼스레 기운이 퐁퐁 솟아서 그림이며 심부름이며 소꿉이며 흐드러지게 펴겠지. 나도 요새 새삼스레 끄응 하면서 앓는다. 목소리도 바뀐다. 쉰이 다 되는 나이에도 목소리가 바뀌는구나 싶어 놀랍지만, 바뀌는 목소리는 싫지도, 그렇다고 반갑지도, 그렇다고 낯설지도 않다. 그러려니 여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