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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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76


《숨》

 노인경

 문학동네

 2018.9.20.



  우리는 참새하고 같은 숨을 마시면서 마을에서 삽니다. 참새는 범나비하고 같은 숨을 마시면서 풀밭에서 삽니다. 범나비는 잠자리하고 같은 숨을 마시면서 하늘을 납니다. 잠자리는 도요새하고 같은 숨을 마시면서 바람을 탑니다. 도요새는 망둥어하고 같은 숨을 마시고, 망둥어는 고래하고 같은 숨을 마셔요. 이 별에서 살아가는 모든 목숨은 저마다 다른 넋이지만 저마다 같은 숨을 마십니다. 《숨》은 다르면서 같은 사랑을 먹고 태어나서 자라는 어린이한테 어떤 기운이 바람처럼 흐르는가를 담아냅니다. 숨을 굳이 말로 그리지 않아도 되겠지요. 숨을 그리는 동안 사랑이 떠오르고, 사랑을 헤아리는 동안 꿈이 피어나고, 꿈이 피어나는 동안 씨앗이 움트고, 씨앗이 움트는 동안 어느새 봄입니다. 고요한 어둠이 가시고 복닥복닥 왁자지껄 두런두런 조잘조잘 노래하는 환한 빛이 깨어납니다. 마시기에 뱉는 숨처럼,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어요. 먹는 밥이기에 누는 똥이 되듯, 배운 사랑을 나누는 손길로 퍼뜨립니다. 서로 아낄 줄 아는 마음이라면 사람뿐 아니라 풀벌레랑 새랑 숲짐승을 바라볼 수 있겠지요. 새도시를 자꾸 늘리는 길 아닌, 숲자리를 차츰 넓히면서 더욱 싱그러이 숨쉬는 터전이 되기를 빕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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