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5.4.


《사과 하나》

 후쿠다 스구루 글·그림/방선영 옮김, 중앙출판사, 2006.12.26.



능금 한 조각이 있으면 아이더러 먹으라 한다. 능금 한 톨이 있어도 아이더러 먹으라 한다. 능금 두 톨이나 석 톨이 있어도 그저 아이더러 먹으라 한다. 이러다 보면 내 몫은 하나도 없기 일쑤이다. 이때에 내 입으로 뭔가 안 들어오니 배가 고플까? 언뜻 본다면 배고프다 할 테지만 그닥 배고플 일이 없다고 느낀다. 밥은 입으로만 먹지 않으니까. 아이들은 으레 한 조각을 갈라서 나누어 준다. 혼자 차지하려는 마음이 없다. 작은 조각을 더 잘게 나누어 먹는다면 얼마나 작을까. 그러나 아무리 작은 조각이더라도 깊고 너른 숨결이 깃들기에 다 같이 넉넉할 만하다. 아무리 빈손이더라도 따스하고 고운 사랑이 흐르기에 모두 푸짐할 만하다. 《사과 하나》는 숲에서 배고픈 뭇짐승이 능금 한 톨을 둘러싸고 티격태격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들 배가 고프다면서 능금을 먹으려 한다. 그런데 어떻게 먹으면 좋을는지를 모른다. 모두 망설이던 때에 새끼를 둘 건사한 어미 잔나비가 냉큼 능금을 집어서 달아난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는 없다. 다만, 서로 이야기를 하면 한결 낫지 않았을까? 나중에 얘기하기보다 처음부터 털어놓는다면, 처음부터 길을 찾는다면, 처음부터 실마리를 풀려 한다면 훨씬 홀가분하면서 즐겁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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