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5.2.


《아홉 번 덖음차》

 묘덕 글, 담앤북스, 2018.4.30.



뽕잎을 언제 훑을는지, 감잎도 언제 톡톡 딸는지 헤아린다. 오늘이 좋을까? 하루 더 기다려서 여린 잎이 한결 싱싱할 적에 할까? 4월이 저물 즈음 뽕나무에 뽕꽃이 핀다. 4월에는 초피나무도 후박나무도 꽃을 피운다. 다만 이들 나무는 꽃이 거의 풀빛이요, 초피나무 옅노랗고 작은 꽃은 깨알만큼 작다. 풀잎을 만지고 나뭇잎을 쓰다듬으면 손을 거쳐 온몸에 짙게 푸르게 새바람이 스며든다. 《아홉 번 덖음차》를 읽으면서 잎을 덖는 길을 고마이 맞아들인다. 혼자 즐기는 길이 아니라, 홀로 온몸으로 맞아들여서 익힌 길이니, 이제 널리 씨앗을 퍼뜨리듯 잎덖기를 나누는 이야기를 풀어놓아 주시는구나 싶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누구나 마음을 들이고 손을 들이고 품을 들이고 땀을 들이고 하루를 들이고 사랑을 들인다면 스스로 잎을 덖어서 따뜻한 물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배운다. 이 땅으로 찾아온 제비 날갯짓하고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잎을 훑는다. 훑은 잎을 헹군다. 헹군 잎을 말린다. 살짝 마른 잎을 덖는다. 끓인 물에 신나게 덖은 잎을 놓는다. 맑은 물에 우려나는 새로운 빛깔을 바라보면서 몸이 깨어난다. 몸이 깨어나면서 마음이 환하게 눈을 뜬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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