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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ㅣ 문학동네 시인선 117
곽재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평점 :
노래책시렁 76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곽재구
문학동네
2019.1.25.
저녁에 아주 찌뿌둥하게 잠들었습니다. 밤새 끙끙거리다가 새벽에 눈을 뜨는데 몸이 살짝 개운합니다. 잠자는 동안 찌뿌둥이 가셨을까요. 찌뿌둥은 어디로 가셨을까요. 이웃집에서 아무 쓰레기나 함부로 태우기도 하고, 풀약을 일부러 우리 집 풀밭에 뿌리기도 합니다. 아침에 마당에 서서 우리 집 풀밭을 바라봅니다. 들딸기가 무럭무럭 자라다가 그만 모조리 타죽은 모습을 조용히 봅니다. 시골에서는 풀약이 휘몰아친다면 서울에서는 자동차가 휘감아치겠지요. 풀약을 안 쳐도 풀약바람을 마셔야 하듯, 자동차를 안 몰아도 배기가스를 마셔야 하는 판입니다.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를 읽으면 시쓴이가 순천이란 고장을 얼마나 아끼는가를 톡톡히 엿볼 만합니다.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순천이기에 시 시집을 곱게 선보이는구나 싶어요. 고운 이웃을 마주한 걸음을, 반가운 이웃을 지켜보는 기쁨을, 상냥한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하루를, 그리고 순천이란 터에서 눈부시게 솟는 싱그러운 숲바람을 글줄에 녹입니다. 숲바람을 마시는 사람치고 궂거나 모진 마음이 될 사람은 없겠지요? 숲바람을 못 마시거나 잊기에 참한 길을 잃거나 잊습니다. ㅅㄴㄹ
누이 홑이불 배에 덮었다 / 까끌까끌하고 시원한 / 가을 물살 같은 / 징검다리 곁 물고기 몇 마리가 이리 와 함께 춤추자 말할 것 같은 (달빛/14쪽)
물고기는 몸이 예쁘다 / 하루종일 물속에서 춤을 춘다 / 물풀 사이 동네에 / 우체국과 문구점과 도서관이 있다 / ‘술병과 나’라는 이름의 카페도 있다 (물고기와 나/53쪽)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