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8
책이란 뭘까? 물어보기로 한다. 눈을 감고서 하나하나 찾아가서 물어본다. 바람은 “가볍게 가볍게”, 밤이 깊어 이 골 저 골에서 노래하는 소쩍새는 “나는 그냥 노래할래.”, 무화과나무는 “나야.”, 개구리는 “이 물 좀 마셔 봐.”, 우리 집 마당하고 뒤꼍에 흐드러진 흰민들레꽃은 “따뜻해.”,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은 “하하하.”, 흙은 “풋, 몰라서 묻니?”, 담을 이루어 준 돌은 “돌고 돌아서 여기에 왔어.”, 내 곁에 가득 있는 책은 “반가워. 네 손길을 기다린다.”, 연필은 “늘 너랑 같이 있고 싶어.”, 거미는 “모두를 잇고 모두 사로잡고 모두 품에 안을래.” 다들 제 목소리로 책이란 무엇인지 들려준다. 더없이 고맙다, 책은. 2019.4.28.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