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버스를 타든 전철을 타든 걸어서 다니든 어디에 서서 기다리든 으레 책을 꺼내어 읽고, 글꾸러미를 꺼내어 적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면 힐끗거리는 이가 꽤 있지 싶어요. 때로는 힐끗질을 느끼고, 때로는 오로지 내가 손에 쥔 책이나 글꾸러미만 느낍니다. 부엌에서 밥을 지을 적에 아이들이 힐끗거리든 말든 그저 밥을 짓습니다. 신나게 빨래할 적에 아이들이 곁에 서서 빤히 지켜보든 말든 그대로 빨래를 하고요. 누가 우리를 보더라도 우리는 우리 마음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기쁘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남눈을 느끼고 싶다면 느껴도 되어요. 느끼되 흘려보내고서 우리 마음눈을 보고 느껴서 하루를 지으면 될 뿐이지 싶습니다. 누가 힐끗 흘끗 한다면, 그이 눈길에 내 사랑이 가만히 퍼지기를 바랍니다. 2019.4.27.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