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4.25.
《내가 사랑한 여자》
공선옥·김미월 글, 유유, 2012.7.20.
작은아이가 날이면 날마다 바다에 가자고 노래한다. 그만큼 고흥은 봄볕이 좋다. 그러나 요 며칠 바다마실을 할까 싶어도 구름이 잔뜩 끼거나 비가 흩뿌린다. 유월이나 칠월이라면 비가 흩뿌려도 바다마실을 할 텐데, 사월은 좀 그렇다. 아홉 살을 살아내는 작은아이는 스스로 종이에 밑그림을 그리고 가위로 오려서 종이배를 짓는다. 나도 작은아이 나이 무렵 이렇게 종이배 짓기를 즐겼다. 아버지하고 닮은 셈일까, 아이들은 으레 이 나이에 종이로든 나무로든 무엇으로든 배를 지어서 띄우고 싶을까. 만화영화 ‘모아나’에 나오듯 어쩌면 먼 옛날 모두 뱃사람 피가 흐를는지 모르지. 《내가 사랑한 여자》를 이태 앞서 사두었으나 정작 제대로 안 읽고 모셔 놓기만 했다. 그러나 책을 사두었으니 언제라도 펼 수 있다. 종이책은 언제나 기다려 준다. 한 해가 흐른 뒤에도, 열 해나 스무 해가 지난 다음에도, 우리가 손을 뻗어 눈을 뜰 수 있다면 이야기꾸러미를 잔뜩 베푼다. 고운 길을 고운 걸음새로 씩씩하게 내디딘 이들은 가시내뿐이 아닐 터이나, 이 책에서 짚는 여러 ‘순이’를 헤아리니 하나같이 사랑할 만한, 사랑이란 씨앗을 심으셨구나 싶은, 사랑으로 삶을 지었네 싶은 님이로구나 싶다. 사랑이란 봄볕 같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