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 걷자

“너! 이리 와! 복도에서 뛰지 말라고 했는데 왜 뛰었어!” “네? 저요? 전 안 뛰었는데요?” “뭐야? 너 여기서 뛰었잖아!” “아니요. 뛴 아이는 저기 가는 애고요, 저는 서둘러야 할 일이 있어서 달렸어요.” “뭐, 뭐, 뭐라고? 야, 뛰거나 달리거나 똑같아!” 무슨 교사가 ‘뛰다’하고 ‘달리다’도 모를까? 게다가 내 앞에서 마구 뛰어논 저 아이는 붙잡지 않고, 발소리를 죽이며 살살 달린 나만 붙잡고서 꿀밤을 먹인다. 교사란 어른들은 바보투성이다. 골마루에서 달린대서 아슬하거나 다치지 않는다. 달리기에 시끄럽지 않다. 쿵쿵 뛰니까 시끄럽고 다칠 수 있겠지. 잰걸음으로 가야 할 때도 있고, 사뿐사뿐 달릴 수도 있다. 조용한 학교를 이루고 싶으면 “뛰지 말 것!” 같은 으름장은 내버리고 “살살 걷자”나 “살살 다니자”라고 부드럽게 말하면 확 달라지리라. 1985.5.6.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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