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

대구 달서구에 계신 이웃님이 ‘대구 북소리 축제’ 이야기를 들려준다. ‘북소리’란 말을 듣고 무슨 자리인지 척하고 알아채긴 했지만, 누구나 척하고 알아채지는 않으리라. 대구 벼슬아치 분들로서는 재미나게 ‘북(book) + 소리’로 이름을 지은 듯한데, 이런 이름은 참말 재미있을까? 이를 말놀이로 여길 만할까, 아니면 따분한 말장난이라 해야 할까? 아이들은 ‘북’이라 하면 ‘둥둥 울리는 장단’이다. 영어를 말하는 이라면 대뜸 알 테지만, ‘book’은 ‘북’으로 소리나지도 않는다. 그나마 ‘북페어·북페스티벌’이라 안 하고 ‘소리’를 썼으니 낫다고 여겨야 할까? 벼슬아치 분들이 살짝살짝 슬기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책소리’란 이름을 넘어 ‘숲소리’라든지 ‘숲노래’ 같은 이름을 지어서 쓸 수 있다. 생각해 보라. 책이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책은 언제나 우리 살림터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태어난다. 그런데 이야기로 흐르는 책을 누구나 보도록 종이에 앉히려면 숲이 있어야 한다. 잘 자란 나무를 고맙게 베어서 기쁘게 종이로 빚어서 책을 묶는다. 우리가 누리는 책잔치란 알고 보면 ‘숲잔치’이다. 우리가 책을 사이에 놓고 소리를 나눈다면 으레 ‘숲소리’이기 마련이다. 책은 오롯이 숲이면서 넉넉히 숲바람을 담는다. 책은 옹글게 숲이면서 푸르게 숲노래를 일으킨다. 마을이란 삶터에 숲을 옮기는 책 하나이다. 숲으로 피어날 책을 우리 손에 살포시 쥐니 웃음꽃도 눈물꽃도 피어나면서 이야기꽃으로 거듭난다. 2019.4.12.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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