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

저녁나절, 뜨신 물을 받아 아기를 씻기는데 물이 몹시 뜨겁다고 느낀다. 곁님은 하나도 안 뜨겁고 아기한테 꼭 알맞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내 손은 뜨겁다 못해 따끔거리기까지 한다. 꾹 참는다. 이맛살도 찌푸리지 않으면서 아기를 씻긴다. 아기를 씻기는 내내, 씻고 난 다음, 내 손을 들여다본다. 벌겋다. 불그스름하다. 퍽 썰렁한 방에서 손가락 마디마디 얼어붙으면서 글을 쓰느라 뻣뻣해진 손으로 뜨신 물을 받으니, 조금만 미지근해도 퍽 따뜻하다고 느끼고, 웬만큼 씻을 만하면 뜨겁다고 느끼고, 아기를 씻길 물에는 손이 덴다고 느끼는 셈일까. 2009.1.7.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