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4.13.


《일상 1》

 아라이 케이이치 글·그림/금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8.10.30.



큰아이하고 순천마실을 한다. 새봄을 지나 새여름에 큰아이가 입을 새옷을 장만하려는 길이다. 고흥처럼 젊은이도 푸름이도 어린이도 팍팍 줄어드는 고장에서는 손수 옷을 짓지 않는다면 어린이옷을 찾기가 어려워 가까운 도시로 옷마실을 간다. 큰아이는 고흥읍을 거쳐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고단하다며 눈을 감는다. “버스를 오랜만에 탔더니 어지러워.” 한다. 생각해 보니 나도 어릴 적에 으레 걸어다닌 터라 모처럼 버스를 타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어지럽다는 생각을 자꾸 하면 더 어지러우니 가만히 자렴. 자면서 우리 몸은 늘 튼튼하다고 생각하렴.” 옷집에 가고 여러 가게에 들르고 마을책집까지 거쳐서 천천히 고흥으로 돌아간다. 큰아이는 아버지 어깨에 기대어 자고, 나는 《일상》 첫걸음을 읽는다. 《딸기 마시마로》란 만화책을 재미없게 읽었다고 여겨 《일상》이 처음 나온 그해에 안 쳐다봤는데, 이제 와서 보니 두 만화책을 그린 분이 다르다. 맙소사. 여태 몰랐다. 그림결이 비슷해 보여 그린이 이름을 안 살피고 지나가 버렸구나 싶다. 참 바보스럽지. 그렇지만 열 해를 훌쩍 지나 읽는 맛은 또 남다르고, 그동안 줄줄이 나온 뒷걸음을 하나하나 새록새록 넘길 수 있기도 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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