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4.10.


《경의선, 추억 속으로 간 기차 1988∼1998》

 김용철, 눈빛, 2018.6.29.



1994년부터 인천 끝자락에서 서울 이문동까지 전철을 타고 다니는데, 인천으로 나들이를 오겠다고 하는 동무하고 이 전철을 탈라치면 “와 이렇게 오래된 전철이 다녀?” 하면서 놀랐어요. 그무렵 인천·수원에서 서울을 드나드는 전철은 선풍기가 있었고, 선풍기가 없으면 창문을 열었습니다. 지하철에서는 창문을 못 열 테니, 창문 여닫는 전철이 놀라웠겠지요. 나중에 사진을 배우고서 ‘이처럼 오래된 전철을 사진으로 찍으면 재미있겠다’고 여겼으나 막상 전철 사진은 안 찍었습니다. 저는 제 사진감이 따로 있기에 ‘누가 틀림없이 이 오래된 전철을 사진으로 찍겠거니’ 여겼어요. 《경의선, 추억 속으로 간 기차 1988∼1998》은 딱 열 해에 걸쳐 경의선 기찻간이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흑백사진으로 보여줍니다. 흑백사진이 애틋하면서 좋구나 싶기는 한데, 무지갯빛으로도 나란히 담으면 훨씬 아름답게 돌아볼 만한 이야기로 흐를 수 있었으리라 봅니다. 옛자취는 흑백으로 보아야 멋있지는 않거든요. 경의선이든 인천 전철이나 수원 전철이든 ‘오래되’었어도 후줄근하지는 않았고, 엄청나게 미어터지며 숨이 막혔으나 숱한 사람한테 고마운 다리가 되어 주었어요. 한여름 이른아침에 열린 창문으로 나비가 들락거리던 일이 오래오래 떠오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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