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4.6.


《북녘 사람들》

 크리스 마커/김무경 옮김, 눈빛, 2008.5.9.



밤 두 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연다. 오늘 마실길을 떠날 짐을 꾸리고, 글거리를 마무르고, 집살림을 건사한다. 치자단무지는 도무지 못 마칠 듯해서 큰아이가 해보기를 바라며 부엌에 이모저모 벌여 놓고 쪽글을 남긴다. 자, 이제 다 되었나? 모두 깊이 잠든 새벽에 짐을 끌고 길을 나선다. 마을 할매 한 분이 읍내에 나물 팔러 간다면서 커다란 꾸러미를 머리에 이셨네. 순천을 거쳐 서울에서 내려 전철을 갈아타고 인천에 닿으니 낮 두 시. 길에서 일곱 시간을 보낸 끝에 잘 닿았구나. 시읽기를 함께하는 분들하고 동시읽기하고 동시쓰기를 놓고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른문학을 먼저 헤아리다가 어린이문학을 하는 이들은 어린이를 너무 모를 뿐 아니라 얕보고 만다는 얼거리를 하나씩 짚으며 밝힌다. 문학도 글도 아닌 이야기하고 노래를, 또 말을, 생각을, 마음을, 넋을 차근차근 헤아릴 적에 누구나 새롭게 피어나는 동시를 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풀어낸다. 사진책 《북녘 사람들》을 떠올린다. 남녘 사진님 가운데 이만 한 사진을 선보이는 이가 드물기도 하겠으나, 못 찾아보겠다. 멋진 그림으로 찍는 사진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가만히 스며드는 사진을 찍을 줄 알자면, 아무래도 스스로 삶을 기쁘며 당차게 지어야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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