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어느 글님은 글 한 줄을 쓰려면 책을 다섯 자락은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놓고 좀 지나치지 않느냐고 묻는 이웃이 꽤 많다. 어떻게 책 다섯 자락을 읽고서 글 한 줄을 쓰느냔다. 이 말씀을 곰곰이 듣다가 이웃님한테 불쑥 한 마디를 여쭌다. “저는 글 한 줄을 쓰려면 책 다섯 자락이 아닌 백 자락은 읽어야 한다고 여깁니다만.” 이웃님이 눈이며 코이며 입을 멍멍 벌린다. 한 마디를 보탠다. “모름지기 우리 이름을 걸고서 책을 하나 새로 쓰자면, 다른 사람이 지은 삶이야기를 천 자락쯤 읽고서야 ‘내 하나’를 조그맣게 여밀 만하리라 여깁니다.” 종이책만 천 자락이 아니다. 삶책 사랑책 사람책 숲책 씨앗책 살림책 빨래책 아이책 …… 온갖 책을 두루 천 자락씩 읽고 꿸 적에 바야흐로 책 한 자락을 새로 써낼 만하다고 느낀다. 2002.2.3.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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