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 보렴
어른들은 말을 참 함부로 한다. 저 아는 대로만 말을 한다. 어른으로서 저 아는 대로 말하면, 이 말을 아이들이 얼마나 알아들을 만할까? 새말을 짓든 오래된 말을 살펴서 쓰든, 어른만 알아들을 말이 아니라, 어린이가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바로 즐겁게 알아들을 만한 말을 찾아서 쓸 노릇이라고 느낀다. 어린이뿐 아니다. 어른 가운데에도 적게 배운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 뭇어른 누구하고라도 어깨동무할 수 있는 결을 헤아리면서 말을 할 노릇이지 싶다. 배운 사람끼리 주고받을 만한 말이 아닌, 이 별에서 삶을 짓는 사랑스러운 사람들 누구나 기쁘게 맞아들일 만한 말을 살피고 살려서 새로 지을 노릇이지 싶다. 인문책에 적힌 글이나, 교과서에 적힌 글을 보면 그저 한숨이 나온다. 도무지 이웃을 헤아리지 않는 이런 말씨로 민주나 평등이나 평화를 어떻게 가르치거나 배울 만한지 아리송하다. 2019.4.5.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