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4.2.


《상해백사정기담 3》

 키미즈카 쇼 글·그림/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8.8.15.



사월로 접어든 한봄에 마을 어귀 빨래터를 치운다. 해마다 무럭무럭 크는 아이들이 거드는 일손이 참 대단하다. 호미를 쥐면 호미질을, 낫을 쥐면 낫질을, 부엌칼을 쥐면 밥짓기를, 비나 걸레를 쥐면 쓸고닦기를, 연필을 쥐면 글이나 그림을, 참말로 척척 해낸다. 작은아이가 문득 “옷 적시고 놀아도 돼요?” 하고 묻는다. “네 마음이 가는 대로.” 물이끼를 다 걷어낸 뒤에 물을 실컷 뒤집어쓰며 노는 아이들을 지켜본다. 한참 놀다가 “아, 이제 춥다.” 하면서 볕바른 곳에 앉는다. 그래, 아직은 시원히 물놀이하기에는 이르지. 《상해백사정기담》 세걸음을 읽는다. 몸에서 떠난 어머니를 만나는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몸은 없더라도 넋이 있고, 넋이 있기에 언제 어디에서나 같이 만나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 때때로 어마어마한 힘이 누구한테나 샘솟기 마련인데, 이 힘은 몸에서가 아닌 우리 넋에서 마음으로 끌어내지 않을까? 몸을 다루는 넋을 헤아리고, 몸을 다스리는 넋을 가꾸고, 몸을 이끄는 넋을 돌볼 줄 알기에 더없이 씩씩하면서 튼튼한 사람으로 서지 않을까? 마을 할아버지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놀러가셨단다. 어쩐지 마을이 조용하더라. 경운기 오가지 않는 시골마을은 아늑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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