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아닌 책지기
도서관에서 일하면 ‘사서’라 하고, 책집에서 일하면 ‘점원’이라 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면 ‘직원’이라 한다. ‘사서·점원·직원’이란 한자말 이름을 그냥 쓸 수도 있을 테지만, 나는 새이름을 그린다. 도서관에서도 책집에서도 출판사에서도 모두 ‘책’을 다루되, 이 책을 아끼거나 사랑하면서 돌보려는 손길이자 숨결일 테니 ‘책지기’라 이야기하고 싶다. 이러면서 더 생각한다. 사서 아닌 ‘도서관 책지기’라면, 도서관을 어떻게 꾸릴 적에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울까 하고. 첫째, 책지기는 ‘갖출 책’을 알아보고서 사들여 두는 일꾼. 둘째, 사람들이 ‘구입 희망 도서 신청’을 한대서 아무 책이나 받아들이지 않고 알맞게 가릴 줄 아는 일꾼. 셋재, 대출 실적이 없더라도 서른 해를 넘고 쉰 해를 넘으며 백 해를 넘도록 도서관에 건사할 만한 책을 지키거나 보살피면서 둘레에 알릴 수 있는 일꾼. 넷째, 도서관에 굳이 둘 만하지 않은 책을 사람들이 ‘갖춰 달라고 바랄’ 적에 ‘그런 책은 스스로 사서 읽으셔요’ 하고 상냥하게 잘라말할 줄 아는 일꾼. 다섯째, 만화책이나 사진책을 얕보지 않을 뿐 아니라, 겉모습이나 이름값으로 책을 바라보지 않고, 속에 담은 넋하고 이야기로 어떤 빛이 있는 책인가를 눈여겨보고 솎아낼 줄 아는 일꾼. 이 다섯 가지 매무새일 적에 비로소 도서관 책지기라고 여긴다. 2019.4.2.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