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혐일

《앤의 마고마고 도서랜드》라는 만화책을 읽었는데 이렇게 재미없고 생각날개가 밑바닥인 만화가 다 있나 싶어 혀를 내둘렀다. 겉보기로는 만화이되 도무지 만화라고 여길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 만화를 그린 히구치 타치바나라는 분은 ‘혐한 작가’라고 하네. 한국을 끔찍히 싫어하는 이이 만화라면 안 읽겠다는 분도 있고,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분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게 보겠지. 다르게 보니까 엉뚱하게 토를 달면서 ‘혐한’ 같은 말을 일삼으면서 뜬금없이 깎아내리리라. 곰곰이 보면 한국이든 일본이든 못난이는 못난이 짓을 한다. 아름이는 아름이다운 꽃일을 한다. 한국사람이라서 더 낫지 않고, 일본사람이라서 덜떨어지지 않다. 친일파란 이는 한국사람이지 일본사람이 아니다. 한국 역사나 사회나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가꾸며 사랑하는 일본사람도 무척 많다. 히구치 타치바나라는 분 만화책을 여러 가지 읽는 동안, 이이가 어떤 마음결이나 눈길인지 몰랐으나, 만화로만 볼 적에 너무 재미없었다. 꼭 그러하지는 않을 텐데, 코앞에 있는 이웃나라를 제대로 바라보려 하지 않는 얕은 마음결이나 눈길인 터라, 만화라는 생각날개를 활짝 꽃피우는 길하고도 멀어지지 않을까? 무턱대고 싫어하는 눈에 봄꽃이 보일 턱이 없다. 마냥 손사래치는 마음에 들딸기 맛난 맛이 스며들기 어렵다. 눈길을 틔워야 생각이 활개친다. 마음을 열어야 글길도 그림길도 사진길도 살림길도 열고, 이러면서 사랑길을 새롭게 지을 만하다. 2019.4.3.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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