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말린다
비 그친 뒤 말끔해진 하늘. 그렇지만 먼지띠를 모두 걷어내지는 못한 비. 그럭저럭 맑은 햇빛과 좋은 햇볕을 받으면 이불이 한결 뽀송뽀송할 테니, 4층에 있는 살림집 하늘마당 돌담에 이불을 걸쳐 놓는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벽돌 셋을 얹어 놓고. 뽀송뽀송 마르는 이불 곁에 서서 똑같이 해바라기를 한다. 2013년까지 재개발로 엎어버린다는 이 마을인데, 지붕 낮은 골목집을 죽 둘러본다. 이 집들이 목숨이 다하지 않았는데 억지로 밀어서 없애려고 한다면, 이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삶과 터전과 마음은 어찌 될까. 이 사람들 일터는? 많이 벌지는 못한다고 해도, 조그마한 집 하나 얻을 만큼은 벌 수 있는 일터가 있는 마을. 많이 누리지는 못한다고 해도, 떡 한 접시 나눌 수 있는 마을. 짐차가 들어오지는 못해도 조용하고 호젓하게 지낼 수 있는 골목길. 체육관이니 수영장이니는 없어도 배드민턴채 하나만 있으면 골목길 한켠에서 땀흘려 뛸 수 있는 골목길. 이 골목길 사람들은 삶터에서 임자로 마을을 가꾸는 오늘이지만, 이 골목마을에서 밀려나 아파트 수위나 청소부가 되어야 하는가. 2007.5.26.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