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1

적잖은 분들이 내 글을 읽고서 하는 말은 “문장력이 너무 떨어진다”이다. 나는 이분들한테 “저는 아마 글솜씨(문장력)가 많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 글솜씨를 좋게 하려는 글을 쓸 생각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우리말하고 책하고 헌책집, 거의 이 세 가지인데, 한 가지라도 제대로 짚어서 제대로 밝히려는 뜻이고, 한 군데 헌책집이라도 더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제가 단골로 드나드는 서울 시내 헌책집이 100군데를 넘고 곧 200군데가 넘을 텐데, 적어도 다달이 이곳을 찾아가서 이곳 이야기를 쓰자면 날마다 몇 군데 헌책집 이야기를 써야 하고 책이야기도 잔뜩 써야 해요. 그래서 저는 제 글솜씨는 돌아보지 않기로 했어요. 아마 저는 글솜씨뿐 아니라 사진솜씨도 많이 뒤떨어졌을 수 있어요. 그러나 저는 제 이름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이, 제가 다루는 헌책집을 알아보거나 눈여겨볼 분을 늘리고픈 마음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요. 부디 제 글이나 사진에서는 최종규라는 이 글솜씨나 사진솜씨는 보지 말아 주셔요. 걔는 워낙 글을 못 쓴다고 여기면서, 제가 짚은 우리말 이야기를 헤아려 주시고, 제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알리는 헌책집에 기쁘게 마실해 주셔요.” 하고 대꾸한다. 내가 쓰는 글은 늘 한 가지 틀이 있다. 스스로 즐겁게 읽은 책을 스스로 즐겁게 이야기한다. 스스로 즐겁게 다녀온 헌책집 이야기를 즐겁게 쓴다. 이뿐이다. 아마 이 때문에 나는 글솜씨 키우기는 하나도 못하는구나 싶다. 2007.6.15.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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