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

큰나무를 보면, 나무가 이만큼 크게 자랄 수 있구나 싶어 놀랍고 반갑고 흐뭇하면서, 나도 저렇게 자라야지 하고 생각한다. 큰나무를 보면, 나무가 이만큼 크게 자라고서 얼마나 너른 이웃한테 그늘이며 새숨을 베푸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나도 저렇게 싱그러운 그늘하고 새숨을 베푸는 사람으로 살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작은나무를 보면, 아직 씨앗을 보면, 머잖아 우람하게 자랄 이 작은나무하고 씨앗은 크기를 떠나 얼마나 새롭고 알찬가 하고 돌아본다. 이러면서 오늘 나는 얼마나 작은나무답거나 씨앗답게 하루를 짓는지 되새긴다. 큰나무를 안는다. 작은나무 곁에 쪼그려앉는다. 씨앗을 손바닥에 얹고 눈을 감는다. 2009.1.6.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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