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렁쿨렁

사전을 살피면 ‘쿨렁쿨렁’을 두 가지로만 풀이해 놓는다. 그러나 내가 어릴 적부터 듣고 보고 겪은 ‘쿨렁쿨렁’은 좀 다르다. 큰비가 퍼붓고 나서 마을이 온통 물에 잠겨서 무시무시하게 흐르는 물살이라든지, 큰비가 쏟아질 적에 냇물이 가득 넘치면서 흙물로 시뻘겋게 흐르는 물살에서 바로 이 ‘쿨렁쿨렁’을 느꼈다. 어릴 적에는 헤엄을 잘 못 쳤고 물이 무서웠다. 그래서 나한테는 오래도록 ‘쿨렁쿨렁 = 무섭고 출렁거리는 너울’이란 느낌이었다. 이러다가 헤엄질이라든지 물이 무엇인가를 몸으로 새롭게 익힌 뒤에는 물살이 무섭지 않을 뿐더러 ‘쿨렁쿨렁’도 무서운 느낌인 낱말이 아니더라. 요새는 ‘쿨렁쿨렁 = 거침없이 잔뜩 일어나는 새로운 생각’으로 느낀다. 쓸거리가 쿨렁쿨렁 쏟아진다든지, 사전을 쓰고 엮으면서 새로운 낱말이 쿨렁쿨렁 밀려든다든지, 이런 느낌이다. 2019.3.27.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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