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 책을 말하다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 아주머니가 엊그제 나온 “티브이 책을 말하다” 방송을 보고 무척 부아가 나서 방송국 피디한테 전화를 걸어 막 무어라고 말씀하셨단다. “도대체 당신들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냐? 헌책방을 이어가고 지키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헌책방이 마치 사라지는 곳인 듯 왜소하게 만들어 버리고, 외국 헌책방의 들러리처럼 만들어 버리냐?” 하고, 이밖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더 하셨는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글로 쓸 생각이다. 차분하게 갈무리를 해서. 아무튼 〈아벨서점〉 아주머니는 하도 어이없었단다. 책집지기가 일하는 살뜰한 시간을 뺏은 대목도 부아가 나지만, 가장 힘주어 말한 이야기는 안 넣고서, 방송작가나 피디 입맛에 따라 배다리 헌책방거리 얘기를 끼워넣기를 할 생각이라면 뭐하러 방송을 찍으러 왔느냐고 하셨단다. 그 방송과 얽혀서는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만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 방송에 나란히 찍힌 다른 분들도 말이 많더라. 나로서는 그분들이 모두 오랜 단골책집인 터라, 그곳에 갈 적마다 나까지 지청구를 듣는다. “최종규 씨를 믿었는데, 어떻게 그런 방송사를 우리한테 소개했느냐”고 따지신다. 그저 미안할 뿐이다. 그 방송사에서 그렇게 엉터리로 엮어서 내보낼 줄이야 몰랐다. 더구나 방송사에서는 그렇게 엮어서 내겠다고 밝히지도 않았다. 어떤 얼거리로 찍을는지 밝히지 않은 채 우리 모두를, 또 책집지기 모두를 싸잡아서 휘두른 셈이다. 간추려 말하자면, “티브이 책을 말하다”는 영국 헌책방마을 리처드 부스를 치켜세우고자, 이 나라 모든 헌책집하고 헌책집거리·헌책집골목을 짓밟은 셈이다. 한국에 무슨 책거리나 책골목이 있느냐는 비아냥처럼 느낄 만하기도 하다. 방송작가하고 피디한테 전화를 했다. 방송을 본 여러 고장 책집지기가 한목소리로 그 따위로 엮어서 내보내면 한국에 있는 책집을 짓뭉개는 노릇이라고 말씀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니 이분들이 “죄송하다”고 “사과 글을 올리겠다”고 하네. 그러나 이분들은 책집지기한테 미안하다는 전화도 없고, 미안하다는 글도 올리지 않네. 그렇구나, 너희가 이렇구나. 그러나 너희는 이렇게 사니까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고, 너희는 쳇바퀴질을 하겠지. 너희가 그렇게 찍으면 사람들이 다음에 너희한테 찍혀 주고 싶겠니. 2004.3.8.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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