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못나던 사람도 훌륭해지지 않느냐는 말을 으레 듣는다만, 난 하나도 아니라고 여긴다. 얼핏 보면 이 말이 맞아 보일 수 있겠지만, 속속들이 살피면 하나도 아니다. 좋은 책을 많이 읽기에 좋은 사람이 되지 않는다. 나쁜 책을 읽기에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삶을 좋게 가꾸기에 어떤 책을 읽어도 좋은 숨결을 받아먹으면서 좋은 사람으로 자란다. 스스로 삶을 나쁘게 내팽개치기에 어떤 책을 읽어도 그저 나쁜 마음으로 쳇바퀴를 돌면서 온삶이 짜증에 고달프면서 괴롭겠지. 맛나거나 값진 밥을 먹기에 튼튼한 몸이 될까? 아니다. 맛나거나 값진 밥도 틀림없이 한몫 할는지 모르나, 이보다는 좋은 마음이 먼저이다. 스스로 좋은 사람으로 우뚝서지 않은 채 겉으로 보이기에 좋다는 책만 잔뜩 건사한대서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거나 일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아이들을 보라. 아이들이 왜 튼튼할까? 언제나 사랑으로 즐겁게 뛰놀기에 튼튼하다. 좋다는 책을, 아름답다는 책을, 훌륭하다는 책을, 어떤 책이든 아무리 많이 읽든, 아무리 대단하다는 책을 꾸준히 읽든, 먼저 사람 됨됨이를 갖추지 않는다면 다 헛것이라고 느낀다. 2003.7.30.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