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1

우리 집에서 옆집 즈음 되는 곳에서 사는 어느 집에 피아노를 들여놓았나 보다. 어젯밤까지 듣지 못한 피아노 소리가 이 저녁에 처음으로 들리는구나. 아마 어느 집 딸아이가 졸랐거나 딸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집안에서 들여놓지 않았을까. 좋겠구나. 그리고 나도 좋다. 카세트테이프를 틀지 않아도 창문으로 노랫소리가 흘려드니 더없이 좋다. 그나저나 이 마을에 썩 넓은 집도 없고, 하나같이 조그맣고 오래된 집만 있는데, 피아노를 들여놓는 집이 있네. 게다가 이 저녁에 서툰 노랫소리가 쟈르량쟈르량 울리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매미가 모두 사라졌다. 매미는 모두 땅으로 돌아갔을까. 2001.9.20. ㅅㄴㄹ


피아노 2

곁님이 피아노를 들이자고 한다. 큰아이한테 노래를 어떻게 가르치겠느냐고 한참 이야기했고, 피아노를 집에 들이면 좋겠다고 한다. 마침 나한테 마지막으로 남은 적금이 하나 있어서, 또 형한테서 도움돈을 얼마쯤 받으면서, 이 돈으로 피아노를 들이기로 한다. 새것 아닌 헌것이라지만 150만 원 값을 치른다. 피아노가 집에 들어오니 큰아이는 신나게 똥땅거리면서 논다. 가락을 알아서 똥땅거리지 않는다. 어머니도 옆에 앉으라 하면서 어머니가 피아노를 통통 치는 결을 흉내내면서 논다. 피아노란 이런 놀잇감이로구나. 피아노란 이렇게 집안을 새삼스레 밝히는 멋진 노래마당이로구나. 책만 가득하던 우리 집에 피아노가 들어오니 확 달라 보인다. 피아노를 들여야겠다는 곁님 생각이 참으로 멋졌네. 2010.10.12.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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