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극

‘옥탑방 고양이’라고 하는 연속극이 흐른다. 물끄러미 보다가 이제 그만 보려고 다른 칸로 간다. 마무리가 어떻게 되리라는 모습이 보이고, 여기에 나오는 어리석으면서 남을 속이려는 사내가 사람을 얼마나 속터지게 하려 하는가도 뻔히 보인다. 참 짜증스럽게 하는 연속극이네 싶지만, 연속극은 바로 사람들한테 이런 맛을 부추기면서 사랑을 받겠지. 이른바 착한 주인공하고 나쁜 주인공을 맞물려서 사람들 속을 있는대로 박박 긁으면서 즐겁게 끝맺음을 짓는. 이른바 뒤집기에 재미를 베푼다고 하는 얼거리라지만, 이런 줄거리는 하나도 재미없다. 사람을 아주 ‘응어리덩이’로 내몰면서 이쪽이냐 저쪽이냐로 갈라서도록 다툼질을 부추기니, 이런 재미가 뭐가 좋을까. 더구나 이 연속극뿐 아니라 온갖 연속극은 ‘학교를 다니지 못한 채 몸으로 일하는 가시내’를 너무 얕잡아볼 뿐 아니라, 돈에 홀랑 속아넘어가거나 시달리도록 그리기 일쑤이다. 꼭 그래야 하나. 꼭 이래야 재미있나. 무엇보다도 이 연속극을 그리는 이들은 ‘옥탑방’에서 안 살아 본 티가 팍팍 난다. 옥탑방에서 살지도 않고, 살 생각이 없는 채 이름은 그럴듯하게 ‘옥탑방 고양이’라니. 참말로 옥탑방 사람들 눈과 귀를 속이면서 장사를 잘하는, 길들이는 방송이란 이런 얼거리로구나 싶다. 2003.6.24.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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