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콕
스무 해 넘게 콕콕 박아 두었던 날적이를 들춘다. 그때그때 살아낸 발자국을 돌아본다. 아팠던 일, 슬펐던 일, 괴로웠던 일, 고달팠던 일, 애쓰던 일, 땀흘리던 일, 눈물젖던 일, 이러면서 웃던 일, 신나던 일, 놀라던 일, 아름답다고 느끼던 일, 반가우면서 사랑을 느끼던 일, 온갖 일이 갑자기 휙휙 스치고 지나간다. 오래도록 콕콕 박아 두던 예전 글조각은 어쩌면 글씨앗이었을는지 모른다. 콕콕 박을 적에는 까맣게 잊던 발걸음이지만, 어느덧 하나하나 새롭게 피어나는 봄노래일 수 있다. 지난날에는 그런 씨앗을 글로 콕콕 박았다면, 오늘 나는 어떤 씨앗을 콕콕 박아서 앞으로 맞이할 스무 해나 서른 해를 살아내려나. 2019.3.24.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