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1
새벽 세 시 반쯤이었을 게다. 한참 자는데 갑자기 등짝에 무언가 달라붙었다는 느낌이 들어 화닥닥 하고 일어나 긴 머리채를 흔들며 탁 터니 바닥에 툭 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얼른 불을 켜고 보니 바퀴벌레. 신문종이로 확 때려잡고 치운다. 다시 잠들려는데 잠이 안 온다. 이러던 다섯 시 무렵, 활짝 열어 놓은 2층 창문 바깥에서 때이른 매미소리가 들린다. 어라, 매미가? 게다가 이런 새벽에? 문득 생각한다. 서울이라는 곳에서 굼벵이가 땅속에서 잠자기 갑갑했겠지. 너무도 갑갑해서 다른 동무보다 일찌감치 땅을 박차고 나왔을까. 그렇지만 혼자서 너무 일찍 나오고 말아 이 새벽에는 너랑 함께 울어 줄 동무가 없구나. 그래도 네가 길잡이로 나섰으니 다른 동무도 곧 땅속에서 네가 우는 소리를 듣고 슬슬 땅밖으로 나오려고 애쓸 테지. 새벽소리가 새롭다. 이부자리를 개고 자리에 앉아 책을 편다. 2001.7.2.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