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삯

아랫집이 나간 뒤 날라온 지난달 전기삯. 이만칠천 원 즈음 나왔다. 옆칸에 사는 아가씨나 나는 전기를 거의 안 썼으니 거의 아랫집이 쓴 만큼 나온 값. 아랫집은 어디로 집을 옮겨갔을까? 그분들은 이달 전기삯을 내야 하는 줄 알았을 테지만, 글쎄. 이제 계량기를 칸마다 따로 달면 전기삯 가지고 싸울 일이 없겠지. 전기 공사라 할 것도 없고, 1층과 2층 전깃줄도 다 나뉘었으니, 계량기만 붙이면 끝날 일이다. 가만 보니 일부러 1층하고 2층 계량기를 안 나눈 듯하다. 예전에 이 집에서 살던 분들은 서로서로 전기를 많이 쓰면서 돈은 반씩 나눠 내면 된다고 여기면서 그냥 두었지 싶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오히려 누진이라 해서 낼 돈은 더 늘어나는데 말이다. 작은 꿍꿍이로 그렇게 아웅다웅하니 서로서로 더 나쁜 일이 있고 서로를 더 못미덥게 보지 않는가. 2001.5.4. (덧말 : 집임자는 처음에는 1층하고 2층을 갈랐고, 몇 달이 지나서야 2층도 옆칸하고 내가 깃든 칸을 갈랐다. 몇 달 뒤, 내가 사는 칸에 나온 전기삯을 보니 한 달에 2000원이 채 안 된다. 나는 이태쯤 애먼 전기삯을 다달이 이만 원 남짓 치른 셈. 집임자 아저씨도 옆칸 아가씨도 나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않는다. 뻔히 고지서를 보았으면서)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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