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인천시가 드디어 골목집 없애는 재개발을 힘껏 밀어붙이기로 나섰다. 우리 도서관을 옮길 자리를 알아보아야 한다. 도서관이 깃든 마을을 송두리째 헐어낸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곳에 ‘문화 무슨무슨 단지’를 새로 짓겠다고 한다. 골목마을을 하나둘 없애는 인천이 되면, 인천은 이제부터 내 텃마을이 아니다. 사진으로 어느 만큼 찍어서 남겨 두었지만, 앞으로 이 사진을 ‘인천시 어느 관공서나 공공기관 건물’에 내걸리도록 할 마음은 하나도 없다.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한테 무슨 값이 있으랴? 춘천시립도서관에서는 내 사진을 걸어 놓고 전시회 자리를 마련해 준단다. 웃기는 노릇이다. 왜 텃마을 인천에서 내 사진이 걸리지 못하고, 부산으로, 춘천으로, 서울로 떠돌이를 해야 하는가? 그러나 웃고 살아야지. 이제 인천 골목길 사진은 그만 찍을까 싶다. 떠날 마당에 굳이 인천을 사진으로 더 찍을 까닭이 없다. 2009.8.28. (덧말 : 2010년 여름에 인천을 떠난다. 떠나는 날까지 인천 골목을 사진으로 찍었다. 시에서 어떤 막짓을 하건 말건, 나는 인천시를 보며 사진을 찍지는 않았으니까. 나는 바로 내가 태어나서 자란 마을을 찍고, 사랑스러운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골목을 찍을 뿐이기에)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