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솔시선(솔의 시인) 19
하재일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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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84


《동네 한 바퀴》

 하재일

 솔

 2016.9.11.



  때로는 술술 흐르고, 때로는 꼼짝없이 막힙니다. 술술 흐를 적에는 거침없이 나아간다면, 꼼짝없이 막힐 적에는 가만히 서서 둘레를 살펴봅니다. 신나는 물살을 타면서 피어나고, 마치 고인 듯하지만 고요히 머무는 곳에서 새삼스레 이 삶을 돌아봅니다. 두 갈래 걸음이나 몸짓으로 하루를 맞이하지 싶어요. 기운차게, 조용히, 엇갈리는 듯하지만 늘 맞물려서 나타나는 두 길은 마음에 새로운 숨이 되지 싶습니다. 《동네 한 바퀴》는 시쓴이 나름대로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이야기를 갈무리합니다. 마을이란, 집이 있는 터전일 수 있습니다. 마을이란, 너른 온누리에서 지구라는 작은 별일 수 있습니다. 마을이란,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는 이웃이 서로 마음으로 이루는 삶터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마을에서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일까요. 풀밭에는 토끼풀도 냉이도 질경이도 자랍니다. 한 가지 풀만 자라지 않아요. 여러 풀이 여러 결로 자라기에 풀밭은 늘 싱그럽지 싶어요. 사람 사는 마을도 온갖 사람이 다 다르면서 사이좋게 어울리기에 맑은 이야기가 자랄 테지요. 봄 여름 다르니 철철이 새롭고, 가을 겨울 달라 철마다 반갑습니다. 다만, 꾸미지 않아도 글 한 줄은 노래가 됩니다. ㅅㄴㄹ



그밖에, 아주 달콤한 게임 천국 미네르바가 있다 / 삼강오륜 돼지바도 있지만 / 내가 막상 선택할 때는 여전히 바밤바를 찾게 될 것이다 (바/17쪽)


항상 밝은 모습의 선영이, 베트남 불법체류자의 딸로 태어나 / 언제 단속에 걸려 추방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꽃인데 / 선영이의 꿈은 토끼풀 나라의 주민등록증을 갖고 / 합법적으로 당당하게 키 작은 토끼풀들과 어울려 사는 것 (토끼풀 세상/2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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