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3

이제까지 읽은 책 때문에 대단한 사람은 없다이제부터 새로 읽을 책 때문에 대단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이제까지 쓴 책 때문에 놀라운 사람은 없다이제부터 새로 쓸 책 때문에 놀라운 사람이 있을 뿐이다. 2012.1.13.

 

책 14

나한테 책을 가르쳐 준 사람은 없다··고등학교 적 교사들 가운데에도다섯 학기를 머물던 대학교 교수 가운데에도출판사에서 일하며 만난 책마을 일꾼이나 글쟁이나 그림쟁이나 사진쟁이 가운데에도참말로 어디에도 없다헌책집 아저씨나 아주머니도 나한테 책을 가르쳐 주지는 못했다헌책집 아저씨나 아주머니는 책이 아닌 삶을 가르쳐 주었다나한테 책을 가르쳐 준 사람은 늘 나였다책을 알아본 사람은 나요책을 사들인 사람은 나요책을 짊어지고 집으로 나른 사람은 나요책을 펴서 읽은 사람은 나요책에 어떤 숨결이 흐르나 하고 헤아린 사람은 나요책을 건사하고 책꽂이를 들인 사람은 나요도서관을 열어서 꾸린 사람은 나요이웃님한테 책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나요새로운 책을 쓰는 사람은 나요책을 읽겠다는 아이들한테 어떤 책을 읽히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요그야말로 오롯이 마주하고 배우면서 가르치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이다. 2014.6.16.

 

책 15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아버지는 이 책 다 읽었어요우리가 읽는 책을 아버지는 예전에 다 읽었어요이 책은 다 아버지가 산 책이에요?” “모두 아버지가 읽은 책이고 산 책이야아버지는 책을 살 적에 다 읽고서 사때로는 앞으로 읽으려고 미리 사는 책도 있어너희가 앞으로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할 적에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장만한 책도 있지예전에는 쉽게 볼 수 있던 책이라 해도 그때부터 서른 해쯤 지난 뒤에 자라날 어린이가 그 책을 찾으려 할 적에는 막상 책집에서 사라져서 안타까워할 수 있겠구나 싶은 책도 미리 사서 건사해 놓았어너는 여기에서 네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그때그때 즐겁게 읽으렴굳이 다 읽지 않아도 돼읽은 책이 재미있어서 그 책을 또또또 읽어도 되고.” 2015.9.19.

 

책 16

수다가 꽃으로 피니 책으로 되네. 2019.3.19.

 

책 17

책이란이렇게 서로 아껴 주는 사랑이지 싶다아무리 멀리 떨어졌어도 종이꾸러미가 되어 준 숲을 손에 쥐면서너랑 나랑 이어지는 따사로운 숨결. 2019.3.20.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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