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세우기
순위표는 사람을 사람 아닌 숫자로 깎아내리면서 갉아먹는다. 숫자를 하나씩 매겨서 줄을 세우는 짓은 사람들 마음에 사랑이 아닌 시샘하고 미움이 자라도록 씨앗을 심는다. 이른바 베스트셀러라는 책이 그토록 많이 팔렸는데 사람들 마음이 어떠한가? 아름다운 삶이며 사랑이며 살림을 적었다고 해야 할 만한 훌륭한 책이 그렇게도 많이 팔리고 읽혔다면, 이런 책을 읽은 사람들이 슬기로운 사람으로 우뚝 서서 아름답고 밝고 따사로운 손길로 이 땅을 어루만지는 길을 갈 노릇 아닌가? 다시 말해서, 우리는 순위표를 읽을 뿐, 정작 글을 읽지는 못한 셈이다. 우리는 줄세우기를 받아들일 뿐, 막상 살림짓기를 읽지는 않은 셈이다. 2004.7.23.
줄서기
아이들을 이끌고 서울마실을 하든 혼자 바깥일을 보려고 서울마실을 하든, 시외버스를 내려서 전철로 갈아탈 적마다 으레 끼어드는 사람을 본다. 저절로디딤돌을 먼저 타려고 그냥 옆에서 치고 들어오는 새치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전철에서 내릴 사람이 아직 안 내렸는데 먼저 밀고 들어오는 이들이 참 많다. 요새는 퍽 줄기는 했으나 줄기는 했다뿐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도 아이들하고 전철을 갈아타면서 짐수레를 저절로디딤돌에 세워서 올라가려고 긴 줄을 기다리는데 또 옆에서 새치기하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꽤 크게 소리를 내어 “멈추세요. 뒤로 가세요. 사이에 끼어들지 말고 줄을 서세요.” 하고 딱부러지게 말했다. 2019.3.18.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