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가위를 쓸 일이 잦은데 정작 잘 드는 가위를 장만한 지 고작 한 해도 안 된다. 여태까지 잘 안 드는 가위를 그냥그냥 쓰며 살았다. 잘 드는 가위를 곁에 놓자니 무척 좋다. 진작에 가위를 제대로 장만할 노릇이었네 하고 느끼면서, 책상맡 네글벗뿐 아니라 모든 살림살이를 차근차근 살펴서 옳게 건사할 노릇이라고 깨닫는다. 날이 무딘 가위를 여럿 둔들 어느 것이든 쓸 만하지 않다. 부드러이 구르지 않는 연필을 여러 자루 둔들 어느 것이든 손에 붙지 않는다. 잘 드는 연장 하나가 있으면 된다. 잘 드는 연장 하나를 틈틈이 손질하면서 알뜰히 쓰면 된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쓸 셈인가?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이래저래 꿰맞추어 늘어놓으려는가, 아니면 알뜰살뜰 고운 이야기 한 자락을 제대로 갈무리해서 빛내려는가? 2019.3.20.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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