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36. 바르다
어느 날 밤 ‘꽃바르다’란 이름이 찾아왔습니다. 한밤이었어요.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서 저도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하루를 되새기는데, 문득 “꽃을 바르다”라는 말씨가 떠오르더니 ‘-을’을 떼어 “꽃바르다”라 할 만하겠구나 하고 느껴,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샘바르다·올바르다·곧바르다’처럼 ‘-바르다’를 뒤에 붙여서 쓰곤 합니다. 바르다고, 바른 모습이라고 할 적에 꽃처럼 바르다고 하면 참 좋겠네 싶더군요. ‘꽃바르다’는 두 갈래 뜻이에요. 꽃을 얼굴이나 입술이나 몸에 발라서 곱게 꾸민다는 뜻이 하나라면, 꽃처럼 고운 숨결로 바른 넋이나 몸짓이라는 뜻이 둘이에요. 한국에 진보정치 길을 밝히려는 정의당이 있습니다. 이곳 분들이 정당이름으로 ‘정의’를 붙이십니다만, 이런 이름을 아이들이 제대로 짚거나 알기는 그리 쉽지 않아요. 더욱이 이 나라를 새롭게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길로 가꾸고 싶은 마음을 나누려는 어깨동무를 바란다면, 정당이름부터 새롭게 붙일 만하지 않을까요? 정당이름이기에 꼭 ‘-당’을 붙여야 하지는 않는다고 느껴요. 이를테면 “우리는 ‘꽃바르다’입니다” 하고 외칠 수 있어요. 정당이름을 ‘꽃바르다’처럼 붙일 수 있어요. “꽃바른당·꽃바르다당”이 아닌 “꽃바른·꽃바르다”라고만 해도 되지요. 뜻만 훌륭하거나 거룩하게 세우는 진보정치보다는 새롭게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길이 된다면 참으로 좋겠구나 싶어요. 정치라는 자리뿐 아니라 수수한 살림 어디에나 꽃바른 숨결이 되면 좋겠어요. ㅅㄴㄹ
바르다
스스로 꽃이 되고 싶어
고운 씨앗을 품지
마음에 두 손에
꽃바른다
오롯이 나비가 되겠어
푸른 꿈을 품지
걸음이 몸짓이
올발라
곧게 뛰어 바람이 될래
파란 구름을 품지
무지개가 빗줄기가
곧바르네
그런데
왜 부루퉁한 얼굴이니?
샘바르게 놀면 따분해
얼굴 펴고 웃자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