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짐 3

1995년에 신문사지국에 쌓아 두던 책짐을 인천으로 옮기고 군대를 가야 하던 날, 용달차 한 대 가득 실어서 날랐다. 군대를 마치고서 1998년 1월에 인천집에 있던 책짐을 들어내어 다시 신문사지국으로 가져가던 날, 1.5톤 짐차를 불렀다. 신문사지국을 그만두고 출판사로 일터를 옮기고 보금자리를 새곳으로 잡던 날, 2.5톤 짐차를 하나 불렀다. 출판사를 옮겨 사전편집장 일을 하던 무렵, 3.5톤 하나하고 1.5톤 하나를 불러서 새집으로 옮긴다. 서울살이를 접고 이오덕 어른 살던 무너미마을로 책짐을 옮기려고 3.5톤을 석 대 불렀다. 무너미마을을 떠나 인천 배다리에서 도서관을 하려고 다시 책짐을 옮기던 2007년 4월에는 5톤 짐차를 석 대 불렀다. 이 책짐이 고흥으로 멀디먼 길을 떠난 2011년에는 5톤 짐차를 넉 대 불렀다. 앞으로 이 책짐을 또 옮겨야 한다면 어떤 짐차를 얼마나 불러야 할까? 아마 5톤 짐차를 열 대 불러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 2019.1.1.


책짐 4

아이들이 책짐을 대단히 잘 나른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언제 보아도 참 대견하다. 인천에서 4층 옥탑집 살림을 2층 골목집으로 나를 적에 세 살 큰아이가 꽤 묵직해 보이는 짐을 같이 날랐는데, 큰아이는 이듬해에 고흥으로 살림을 옮길 적에도 어찌나 솜씨좋은 일꾼 구실을 하던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들 놀랐다. 열두 살 아홉 살이 된 두 아이는 아버지가 서울에서 실어온 책짐을 짐차에서 같이 내리고 우리 책숲으로 같이 옮긴다. 웬만한 어른 일꾼은 저리 가라 할 만큼 손이 빠르고 야무지다. 책하고 살아가는 보금자리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라 책짐을 거뜬히 부릴 줄 아는가? 어쩌면 어른한테는 짐(책짐)일 테고, 아이한테는 놀이(책놀이)가 되는구나 싶다. 2019.2.26.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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