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다 1

학교에서 몸을 잰다. 양호 선생님이 줄자로 가슴둘레, 허리둘레를 잰다. 줄자가 살에 닿을 때마다 모두 간지럽다면서 낄낄댄다. 해마다 신체검사라면서 몸을 재는데, 왜 교실에서 한꺼번에 우르르 시킬까. 키에 몸무게에 온갖 것을 재는데, 이러느라 하루를 다 쓰니 수업을 안 해서 좋지만, 누가 키가 더 크네, 누가 더 무거우니 뚱뚱하네 하는 말이 듣기 싫다. 속옷을 빼고 옷을 다 벗기고서 하루 내내 있어야 하니 이런 짓도 싫다. 1987.3.10. 


재다 2

키재기를 하듯 점수재기를 한다. 중간시험이나 기말시험이란, 또 다달이 치르는 시험에다가 모의고사라는 시험까지, 온통 점수재기이다. 학교는 점수재기를 이레가 멀다 하고 하면서 0.1점뿐 아니라 0.01점까지 갈라서 등수를 골마루에 큼직하게 붙인다. 시험점수가 0.1점이라도 높으면 모범생이거나 착한 학생일까? 시험점수가 0.01점이라도 낮으면 불량학생이나 쓰레기일까? 1992.7.15.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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